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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여성들 ‘성’을 까발리다" 광주여성민우회, 여성 성대담집 ‘허스토리’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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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여성들 ‘성’을 까발리다
광주여성민우회, 여성 성대담집 ‘허스토리’ 발간
“여성의 성경험과 고민, 발화·공론화·기록하자”
양유진 seoyj@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7-11-01 06:05:01
 


 “여성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섹슈얼리티에 대해 말하면 남자들에게 비난을 받았어요. 그런데 20년 전 함께 대학교를 다녔던 남자 동기들은 예나 지금이나 자신들의 성매매 경험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들에게 ‘너희는 20년전부터 성적 경험을 당당하게 이야기해왔지만, 나는 지금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고 나이도 있음에도 내 경험을 너희들처럼 자유롭게 이야기 말할 수 없다. 여성의 경험은 공론화되지 않는데, 이게 공평한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했어요.”

 광주여성민우회에서 발간한 ‘허스토리-Women In Sexuality’는 익명의 여성 목소리로 ‘여성의 성 담론 기록’의 의미를 전했다.

 광주여성재단과 광주여성민우회가 함께 여성들이 성에 대해 자유롭게 나눈 대담집 ‘허스토리-Women In Sexuality’을 펴내 30일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광주여성민우회는 “여성을 대상화·타자화하는 기성 성 담론에서 벗어나, 보수성이 강한 광주에서도 여성 주체의 ‘성’ 이야기를 기록물로 남겨보자는 의도로 소책자 형식의 책 출판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 광주여성재단과 광주여성민우회가 함께 여성들이 성에 대해 자유롭게 나눈 대담집 ‘허스토리-Women In Sexuality’를 펴내고 30일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다양한 계층·정체성 모여 솔직 토크
 
 책을 펴내기 위히 지난 5월 비온뒤무지개재단 한채윤 상임이사와 도서 ‘이기적 섹스’의 저자 은하선의 섹슈얼리티 강연을 2차례 진행해 참석자들 이야기를 수렴했다. 이밖에 육아기 여성 모임 ‘까기’, 성교육 강사 모임, 여성주의 자원상담원 모임 너나울, 광주 섹스토이샵 ‘스팟라이트’ 세미나 참가자, 전국퀴어모여라 광주모임, 대안학교 청소년 그룹 등 다층적인 그룹 인터뷰를 진행해 그 결과물을 엮었다.

 다양한 계층의 인터뷰를 한데 모은 만큼 주제 역시 다양하다. 책은 여성 주체가 말하는 섹스 이야기부터 자위와 섹스토이, 임신과 중절, 성폭력에 대한 공포, 데이트 강간, 퀴어 섹스, 청소년 섹스까지를 아울러 다루고 있다. 게다가 1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정체성을 지닌 여성들이 참여해 자신들의 성경험과 고민들을 솔직하게 토로했다.

 “자기(남편)가 왜 결혼을 했냐면, 내가 마음대로 내가 원할 때, 아무 때나 섹스를 해도 된다고 하는 성취감에 결혼을 한 거래. 그래서 내가 ‘자기야, 내가 무슨 당신 섹스와 씨받이 용도야“’하고 항의했지.”

 “남자들은 어릴 때부터 야동도 공유하면서 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지. 그래서 섹스를 모두가 남자들의 것이라고 여기는 것 같아. 나이가 들어 여성들끼리 경험을 공유하면서부터 ‘섹스가 나의 즐거움일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아.”

 이날 열린 출판기념회에도 폭넓은 연령대와 정체성을 지닌 시민들이 함께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여성들에게도 성에 대한 고민과 말하기를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여성의 목소리를 담는 모임과 기록물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며 후속작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선 ‘여성들을 위한 섹스토이 계를 만들자’ ‘허스토리를 월간지로 만들자’ ‘허스토리 낭독 모임을 만들자’는 등 유쾌한 상상과 제안들이 오갔다.

 
대담집 ‘허스토리-Women In Sexuality’.


▲“허스토리를 월간지로 만들자”
 
 이날 참석한 한 40대 여성은 “저를 포함한 모든 여성들이 이 자리에서는 편하게 이야기를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절대 이야기하지 못하고, 남이 말해도 처음 듣는 이야기인양 행동하곤 한다”면서 “지금껏 우리 세대는 어딜 가서 섹스를 이야기할 만큼 자유분방하지 않지만, 청년들만큼은 마음 놓고 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섹스토이숍 ‘스포트라이트’의 강민경 대표는 “처음 충장로 한복판에 가게를 열 때는 3개월 안에 망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1년이 지났다”고 소개했다. 이어 “주 고객층인 여성들이 밖에서 말하지 못한 성고민도 편하게 토로하는 걸 들으며, 의식 수준이 높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특히 책 출간을 함께하며 여성들의 섹슈얼리티를 함께 나누고 젠더와 퀴어 문제에 대해 배울 수 있어 뜻 깊었다”고 말했다. 

 섹스토이 개발 업체를 준비 중인 또 다른 여성은 “일반적으로 돈이 되지 않는 제품은 개발이 어렵지만, 저는 장애인 여성의 성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대부분 장애인의 성은 남성에 국한되고 있지만, 앞으로 장애 여성들도 자신의 성을 알아갈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양유진 기자 seoyj@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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