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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빛바랜 ‘시민참여예산’…뭐가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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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빛바랜 ‘시민참여예산’…뭐가 문제인가?
“전담조직 없는 시민참여예산 한계 자초”
오미덕 센터장 “광주시 2011년 조례 제정 후 더 못 나가”
강경남 kkn@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7-11-01 06:05:01
 
▲ 지난 7월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 청년계층 실태조사 중간 보고회 및 토론회. 광주시 청년정책 수립을 위해 진행된 이 실태조사는 시민참여예산으로 진행됐다.

 광주시는 시민참여예산제를 운영하며 드러나는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각 사업에 대한 모니터링 횟수를 늘리고 사업 선정 기준과 원칙을 재정비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게 전보다 나은 결과로 이어졌느냐가 일단 평가의 기준일텐데, 지난 8월 선정된 2018년 시민참여예산 사업 목록에선 아직 전과 다른 변화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다.

 시민참여예산이 민원성 사업 예산과 혼동되고 있는 것이 여전한 현실이다.

 그 원인을 파악하려면 제도가 운영되는 방식부터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31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민참여예산제는 지방재정법과 지난 2011년 제정된 ‘광주광역시 시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를 근거로 한다.

 본격 운영이 시작된 것은 2015년으로 시는 3~4월 중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사업 제안을 받고, 5~6월 타당성 검토를 거쳐 7~8월 중 다음년도 예산에 반영할 시민참여예산 사업을 선정한다.

 제안된 사업은 광주시 예산정책관실이 사업 내용에 따라 각 실·국으로 사업부서를 배정하고, 시민참여예산위원회 내에 구성된 각 실·국별 분과위원회 심사를 진행한다.

 지난해 광주시의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자치구간 예산배분 등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과의 중복, 특정단체와 개인의 민원성 사업 선정 등이 지적을 받으면서 광주시는 분과위원회 심사 과정에 각 사업부서와 외부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분야별 협치 컨설팅을 추가했다. 제도 취지에 맞는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을 보다 면밀히 따져보기 위한 것이다.

 분과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제안 사업은 이후 시민참여예산위원회의 운영위원회를 통해 사업이 확정되고, 예산정책관실에 대한 전체회의 최종 보고를 거쳐 다음 년도 시 예산안에 반영된다.
 
▲민간 경험·역량 부족… 뒷받침 체계 부재 

 어떤 사업들이 제안되느냐가 시민참여예산 사업의 질을 결정할 첫째 조건이지만 제안된 사업 중 옥석을 가려내는 역할이 주어진 각 부서와 시민참여예산위원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반대로 그동안 선정된 시민참여예산 사업에서 아쉬운 점이 노출되고 있다는 건 이러한 ‘시스템’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역미래연구원의 오미덕 시민참여예산센터장은 “시민참여예산제는 매우 필요한 것이지만 정작 이를 운영하는 행정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시가 주민들의 합리적 아이디어를 발굴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다 더 필요한 것은 행정이 봤을 때 사업을 추진하기에 조건이 미비한 것들을 중간에 보완해주고, 가능하도록 해주는 역할”이라며 “서울시의 경우 시민참여예산을 통해 제안된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참여예산 자체가 시민들에겐 생소하고,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보다 세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 센터장은 “광주도 분야별 협치 컨설팅 등을 운영하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전담 조직과 행정체계가 없다는 것은 한계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2011년 조례(광주광역시 시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 제정에서 (광주시는) 더 나아간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체 예산 편성 과정에도 시민참여가 녹아들 수 있게 되면 시민참여예산은 필요가 없다. 다만 그때까지 예산편성과 관련한 시민들의 역량을 높이는 과정으로써 시민참여예산제가 필요한 것”이라며 “개개 사업의 질과 내용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제안하고 숙고하며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몇 건, 얼마의 예산에 해당하는 사업이 선정되고 추진된다는 ‘결과’에만 초점을 맞춘 형식적 운영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사업 심사 과정에 광주시나 각 자치구의 이해가 작용하는 것 역시 시민참여예산제의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사실상 일반 시민들은 시민참여예산제를 잘 모르는 가운데 “행정의 필요에 의해 관련된 주민이나 단체가 사업을 제안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정인들이나 민원성 사업이 빠지지 않고 있는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관·지역 정치권 입김에 시민참여 왜곡”

 2016년 시민참여예산 사업에 선정됐던 A씨는 “주변에서 지난해 2017년 사업 공모에 참여하려 했는데 한 자치구의 민원 사업에 밀려 선정되지 못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사업을 신청하려는데 광주에 지역구를 둔 모 국회의원 측으로부터 “B단체와 함께 신청해라”는 황당한 요구를 받기도 했다.

 A씨는 “관·지역 정치권의 입김에 정작 시민참여는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게 시민참여예산의 가장 큰 문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광주시는 시민참여예산위원회를 구성하며 각 구청장이 추천한 20명(구별 4명씩)을 위원으로 참여시키다 자치구간 과다 경쟁을 야기하고, 시민의 의견수렴과 예산 편성 참여 기능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자체 평가를 통해 올해부터 구청장 추천제를 폐지했다. 

 한편, 현재 광주시 시민참여예산위원회는 행정부시장과 광주시 실·국장 등 당연직 9명을 포함해 분과위원회별로 추천한 18명의 위원과 공모를 통해 선정한 각 계층별 위원 73명 등 총 100명이 활동하고 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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